top of page

<JJ승길>  할로윈 합작.  By 소호 (@qwerasdzx_30)

바스락거리며 낙엽이 밟혔고 부족한 숨을 채우려는 가슴이 헐떡댔다.

여기저기에 긁힌 몸에서는 비릿한 피냄새가 풍겼고 머리는 생각을 거부하며멍해졌다. 옷가지는 흐트러지고 하얀 팔다리에는 실금이 그어졌다. 붉어진 뺨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숲으로 달려온지 몇분도 되지 않았지만 승길은 알고 있었다. 곧 있으면 그가 자신을 목격할 것이라는걸 말이다. 몸이 한계에 이르러 더는 뛸 수 없었다. “여기 있었구나, 용케도 여기까지 왔네. 승길.”

 

그가 체념하고 걸음을 멈추자마자 뒤편에서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승길은 장난감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은 필사적이었지만 애초에 그에게서 벗어난 적은 없었던 것이다. 사람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인 그가 무서워서 벗어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승길은 그에게서 공포심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감았던 눈을 뜨자 코 앞으로 그가 다가와있었다. 핏기없는 어두운 피부와 서늘한 빛을 발하는 동공, 비소를 짓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는 그가 무슨 존재인지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뜨겁고도 차가운, 야릇하고 위험한, 위협적이지만 다정한 눈동자는 승길을 위해 빛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상체를 붙들려 목덜미를 내어준다고 해도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은 승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유려한 선을 그리는 눈썹과 이목구비,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호흡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도자기같은 싸늘한 눈동자가 열락을 담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뱀파이어라는 괴물을 영화 소재로 삼고, 소설에 등장시키며 그들의 매력을 찬양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대충 걸친 백색 셔츠는 흘러내려 핏기없는 목덜미와 쇄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두운 빛깔의 피부를 덮는 흰 셔츠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야릇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를 인식하고, 존재를 느끼고, 다가가 눈을 마주치면 돌아올 수 없게된다.

괴물의 외모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얼간이가 되가는 기분이 치를 떨 정도로 싫었다. 하지만 그를 마주치면 시야가 얼룩덜룩해지며 심장이 뛰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심장을 뚫을 수 있는 예리한 첨단이 그의 공동을 따듯하게 채우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미 자신이 그 괴물에게 마음을 이분하여 넘겼다는 걸 알고있는 승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뒤를 보고 달려간다면 그 마음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대로 도망가서, 계속 시도해서 안온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였다. 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자신이 싫었다. 그의 곁에 있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발 아래 둔 듯이 행복하지만, 그것은 달콤한 향의 청산가리와 동류의 것이라 날개짓 연습을 하려 둥지 밖으로 떨어지는 아기새처럼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던 것이다.

 

“돌아가자~ 승길!”

 

일상을 향해 결핍 된 승길의 마음을 모르는 듯이 그는 평소와 같이 말했다.

자신이 도망치려 했던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한 평온한 말투에 안도감을 느끼는 자신이, 그를 보자마자 또 다시 뛰는 심장이 천박하게 느껴졌다.

승길이 고개를 비틀며 그를 불렀다.

 

“쟝.”

 

“많이 다쳤네, 아프겠어.”

 

그는 부름을 묵살한 채로 승길을 단숨에 안아들었다.

차가운 몸이 쟝의 코트에 감싸였다.

 

“내려놔, 개자식아!”

 

“너 지금 다쳤어.”

 

그의 말을 듣자마자 욱신거리는 발목과 저리는 팔다리가 느껴졌다. 풀과 돌 따위에 긁혀서 생긴 생채기에는 피가 맺혀있었다. 거슬리는 고통이 밀려들어오자 이대로 품에 안겨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을 찌푸린채로 자신의 품에 가만히 안겨져 있는 승길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쟝이 걷기 시작했다.

 

 

 

 

 

 

 

 

*

 

 

 

 

그에게 안겨서 침실로 올라가고 있었다.

 

“너무해, 승길···.”

 

쟝이 칭얼대었다. 자신이 할말을 그대로 하고있는 그를 보며 승길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너무한 건 너야. 날 좀 돌려보내 줘.”

싸늘하게 일갈하는 승길에 왠지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쟝이 대답했다.

 

“나 좀 좋아해주면 안돼, 승길?”

 

방심한 마음에 그의 말이 승길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사랑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도, 그렇기에 이렇게 애매하고 불쾌한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도 말이다. 승길은 쟝이 자신의 목과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달콤한 피를 마시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적지근한 물에 적셔진 것 같은 불쾌감이었다.

 

“피가 마시고 싶다면 그냥 내 목을 물어뜯어. 다정하게 구는 거

구역질 나니까···.“

 

승길의 싸늘한 말을 들은 쟝은 무언가 슬픈 듯한 기색이었다.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따위 어지럽게 널린 쓰레기와 다름이 없었다. 그는 승길을 사랑하지만 그게 그의 피 때문에 생성 된 감정은 아니었다.승길은 어떻게 해도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걸 알고있는데 말이다. 서로가 상처받을 걸 알면서 항상 벗어나려 했다. 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된 그를 다시 저택으로 데리고 오는 것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웃음으로 슬픈 감정을 숨기는 것도 더 이상은 무리였다. 계속 억지로 그와 함께 있는 것은 미안하지만, 불가피했다. 쟝의 탁한 사랑은 점점 크기를 키워만 갔다.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관계에 먼저 빠져든건 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들어가고 쟝의 침실 문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DESIGNED BY. ALLO  ( @invernogiallo )   < YURI ON ICE, HALLOWEEN>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