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알틴유라>  빨간 망토.  By 늘솜이플(@nsip_1223 )

유라치카, 이것을 산 너머 있는 리리아에게 이 도시락을 전해주겠니? 백발의 노인이 노란 머리의 유라에게 곱게 포장된 바구니를 건네며 말했다. 유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피로시키를 만들어주면 가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알겠다는 답과 함께 호탕하게 웃으며 부엌으로 다가가 요리를 하고는, 따끈한 피로시키를 유라의 손에 쥐어주었다. 떨구지는 말고 꼭꼭 씹어서 먹으렴. 따스한 손길에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빨간 망토를 입고, 도시락이 담긴 바구니에 조그마한 손전등, 피로시키를 챙겨 문을 열어 재꼈다.

 

“할아버지, 아프지 말고...다녀올게.”

 

그 말에 인자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주는 그의 할아버지를 등지고 앞으로 걸어 나가는 유라. 어둑어둑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여유롭게 피로시키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완전히 어둠이 내리자, 손을 대충 옷에 슥-닦은 후에 손전등을 들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에 한 울음소리가 유라의 귓가를 건드렸다. 아직 이른 시간 아닌가. 쌀쌀한 날씨에 몸이 으슬으슬해서 얼른 주고 돌아가고 싶은 유라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누군가 쫓아오는 기분에 점점 뒤 한 번, 앞 한 번 보던 유라는 발걸음을 세차게 굴렸다. 너무 급한 마음이 앞서서일까, 손전등을 바구니 안에 넣고 뛰다가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 잡아먹히는 건가하고 입술이 바짝 마르는데 사람 손으로 보이는 형체가 쑥-하고 유라의 앞에 다가왔다. 잡을까, 말까. 차마 무서운 마음에 손전등을 잡을 겨를이 없어 갈등을 하던 그는 천천히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미안합니다.”

 

“에...?”

 

멍, 짧은 시간동안 사고회로가 정지된 듯했던 유라는 깜짝 놀라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그가 쉿 하며 유라의 입을 막는 순간, 두려움이 일렁거렸다. 잡아먹히고 말 거야. 번뜩하고 든 생각에 두 팔로 제 입을 막고 있는 것을 떼어내고, 바구니를 품에 안아 산 아래로 달렸다. 얼른 마을로 가고 싶다.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만 더!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고지를 눈앞에 둔 순간, 날카로운 이빨들이 유라를 겨냥해왔다. 아. 피하기에는 늦은 타이밍에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유라는 제 앞을 막아준 누군가를 보고 놀랐다. 마치 반인반수. 신기함 반, 걱정 반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뒤늦게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아득히 깔린 늑대무리. 그들이 그르릉-하며 소리를 내자, 유라를 감싼 이가 좀 더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멎은 그들의 소리는 뒷걸음질로 대충 이해했다. 내 앞에 있는 이의 소리로 겁을 먹었구나. 가만히 숨죽여 그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수풀 사이로 사라지고 나서야, 유라는 입을 뗄 수 있었다.

 

“저...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는 거 맞겠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인사를 한 유라는 아무 말 없이 쳐더보는 이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다 늑대들만의 소리로 무슨 말을 한 걸까 하고 궁금증이 든 유라였다. 고민할 바에 물어보자 싶어서 다시 이와 마주한 순간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먼저 입술을 움직이는 이였다. 엄포한 거야. 유라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단호하게 말하자 유라는 대답을 생각하다가 정적으로 흘려보냈다. 어색해서 몇 초간 가만히 있던 유라는 심부름 하러 가야한다는 말을 힘겹게 꺼냈다. 그러자 이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대답을 바로 내보였다.

 

“내가 너를 반려로 삼았다는 거.”

 

“...?”

 

“그래야 안 뺏기니까, 너를.”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유라는 상황파악에 머리를 굴렸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이가 저를 인생 동반자로 소리쳤다는 것. 너무 황당한 나머지 생각으로만 한다는 것이 횡설수설로 튀어나와버린 유라에게 그는 말 그대로란 대답만 던져주었다. 뭔가 착각한 게 아닐까 싶어서 몇 번이고 반문 해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똑같았다. 그러다보니 먼저 지친 쪽은 유라였고, 아 몰라 하면서 마을로 몸을 틀자 이가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나는 알틴, 너와 평생을 함께할.”

 

“……나.”

 

“음?”

 

일어나라고. 인상을 찡그리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유라에 꿈이었음을 깨달은 알틴은 좋은 꿈이었는데 하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해가 중천이 되도록 자냐. 잔소리를 쏟아 붓는 유라 곁에 쏟아지는 햇빛을 바라보며, 알틴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는 듯 웃었다. 그걸 알 리가 없는 유라는 짜증을 내다 방밖으로 나가버렸다. 홀로 방에 남은 알틴은 마치 고백했을 때의 설렘이 느껴졌는데 하며 천천히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가자마자 오늘 할로윈 데이니까 놀러나가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 하지 않았냐는 말과 함께 밥을 차린 유라에게 다가갔다. 미안해, 기분 좋은 꿈 꿔서. 유라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하는 알틴이었다.

 

“나보다 좋았냐.”

 

“아니, 네가 나와서 좋았다.”

 

갑작스런 발언에 부끄러워진 유라는 황급히 손을 내빼고서 밥이나 먹으라고 하며 알틴에게서 등을 보였다. 알틴은 살짝 아쉬운 듯 표정을 짓다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가득한 상차림을 보고서 미소를 지은 뒤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설렘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DESIGNED BY. ALLO  ( @invernogiallo )   < YURI ON ICE, HALLOWEEN>

bottom of page